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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이주민문화예술제 (매일노동뉴스 9월29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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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

예술로 비우고 흔들고 노래하고 웃자

이주민들 함박웃음으로 성황리 마무리

 

구태우  |  ktw9@labortoday.co.kr 

 

 
▲ 구태우 기자
  
▲ 구태우 기자
  
▲ 구태우 기자


“알티씨야예 담카에!(음악은 나의 운명)”

부르키나파소 출신 음악인 아미두 발라니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이주민들도 “담카에”라고 소리 지르며 화답했다. 서아프리카에 있는 부르키나파소의 생경한 언어(모시어)였는데도 이주민들은 알고 있다는 듯이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아미두씨의 동료이자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가 에마뉘엘 사누가 힘차게 발을 굴렀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연상케 했다. 춤은 눈으로 쫒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에마뉘엘이 발을 한 번 구르고, 손으로 허공을 찌를 때마다 곳곳에서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이주여성들은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연신 스마트폰을 눌렀다.

아미두와 에마뉘엘, 그리고 한국 음악인들이 결성한 공연예술팀 ‘쿨레칸’의 음악에 한국인들도 넋이 나갔다. 200여명의 방청객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는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되는 자리였다. 방글라데시·네팔·프랑스·한국…. 국적은 달랐지만 이날만큼은 음악과 문화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었다.

매혹적인 현악기 소리, 예술로 하나 되다

“반갑습니다.” 낭랑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마포구청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어수선하던 대강당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개막식의 포문을 연 것은 사회를 맡은 방글라데시 출신 산타 모니카였다. 그는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개막식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인보다 정확한 그의 발음에 몇몇 한국인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공연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환영인사 영상이 상영됐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과 이주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어 기쁘다”며 “문화예술제 개최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주민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첫 번째 공연은 네팔에서 온 음악인 수랏과 스마론 프로띠의 공연이었다. 타악기 젬베와 현악기 이스랏으로 구성된 2인조 공연은 이주민들의 향수를 자아냈다.

이스랏은 고음역대를 자유로이 오갔고, 젬베는 이스랏의 매혹적인 소리를 퉁겨 주는 듯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나즈물 후세인은 이스랏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현악기 소리가 너무 아름다웠다”며 “평소 문화공연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공연은 특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랏 연주자인 수랏은 “국립극단 초청으로 한국에 왔는데 이주민들을 위한 무대까지 서게 됐다”며 “한국에서의 공연이 무척 즐겁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잊지 못할 차별 … "음악으로 잊자"

쿨레칸은 이주민과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무용가 에마뉘엘은 현란한 춤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그는 한국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임금체불과 노예노동으로 사회이슈로 떠올랐던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과 함께 한국에서 공연했던 12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국에 아프리카 전통음악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에마뉘엘은 이날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아닌 쿨레칸 소속 무용가로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주민들은 그의 춤에서 차별과 연대의 정서를 찾아내고 있었다. 에마뉘엘은 공연 직후 “이주민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흥겨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 대해 이주민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프랑스 출신 바이올렛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공연 자체는 정말 좋았다”며 “주말에도 예술제를 찾을 예정”이라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 사람들이 주 6일제를 할 때 여유가 없어 문화공연을 보기 어려웠던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주 6일 가까이 일하기 때문에 문화공연을 즐기기 어렵다”며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주민·한국인 모두를 위한 예술제

기존 다문화 관련 공연은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데 치우쳐 있다. 반면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이주민들이 '스스로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음악·영화·연극 등의 프로그램을 예술로서 즐기는 것이다.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를 준비한 정소희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는 “예술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라며 “이주민과 한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세계인으로서 함께 예술을 즐기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원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민들이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문화공연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이주민을 차별하는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 개막식 공연은 1시간40분 가량 진행된 후 성황리에 끝났다.아프리카 출신 예술인 조조 바디빗은 “따뜻한 자리였다”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조조는 “일요일 공연도 꼭 오길 바란다”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한편 제3회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는 한국노동복지센터·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노동조합 사회공헌연대회의가 후원했다.
 

[인터뷰] "예술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이자 욕구"
 
정소희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



  
▲ 구태우 기자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가 3회째를 맞았다.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예술제는 공연을 비롯해 연극·영화·중고장터·갤러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예술제는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홍대 곳곳에서 진행됐다. 3명의 활동가와 재능기부를 하는 자원활동가들이 예술제를 이어 왔다.

사실 올해는 예산문제로 예술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자 한국노동복지센터 등 노동계가 발 벗고 나섰다.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는 이들의 후원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매일노동뉴스>가 25일 저녁 개막식 현장에서 정소희<사진>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활동가를 만났다.


- 서울이주민문화예술제를 열기까지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들었다.


“예술제에서 상영하기로 했던 영화들이 늦게 도착하면서 번역과 자막을 넣는 데 애를 먹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밤새 작업을 했다.(웃음)”


- 올해로 3회째인데. 문화예술제의 목표는 무엇인가.


“예술제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활동가들이 예술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이주민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했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도 늘리려고 애를 썼다. 아직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 공연이 무척 인상깊었다. 공연 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추천한다면.
 
“단편 1에 출품된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애착이 많이 간다.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잘 그렸고, 그분들이 한국 사회에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지 느꼈다. 이주노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편영화 하프(HAFU)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이주민문화예술제가 지향하는 바는.

“예술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다. 사람이 밥만 먹고 못 사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예술을 누려야 한다. 이번 예술제가 이주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한국인과 이주민이 같은 자리에서 예술을 즐기고, 서로에 대한 소통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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